PSI 칼럼

영화 '국제 시장'과 전략

2015-02-09 | 71

 

영화 ‘국제 시장’과 전략

 

최근의 국제 시장이라는 영화가 연일 기록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영화의 주 고객층에서 소외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장년, 노년층들이 많이 관람한 것이 그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가까운 현대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포레스트검프”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필자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점은

왜 우리나라는 근 현대사에 이렇게 다이내믹한 일들을 겪어야만 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환경이 인간의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재럿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총, 균, 쇠(Gun, Germ, Steel)”라는 책을 연관지어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미국 UCLA의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쓴 “총, 균, 쇠”라는 책의 시작은

뉴기니의 젊은 정치인 얄리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합니까?“

즉, 인류의 발전은 왜 지역마다 편차가 있으며,

무엇이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저자는 30여년간의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여러 민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러한 질문에 답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뉴기니에서 현장 답사를 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교수.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저자는 특히 BC11,000 ~ AD1500까지의 각 대륙의 발전 속도에 주목하고

흔히 우리가 그러한 차이라고 생각하는 세 가지 이유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첫째, 흔히 생각하기 쉬운 민족간에 생리학적인 차이가 있어서

원주민들이 정복인(주로 유럽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한 사례로 인지 심리학자들이 여러 민족간의 지능지수 차이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두 번째 설명은 각 나라의 지리적 환경에 따라 고위도 사람들은 창의성과 에너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고

열대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도 북유럽 사람들이 1000년 전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문명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허점이 많다.

 

 

그리고 세 번째 설명인 건조성 기후의 강변 저지대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러한 지역의 생산성 높은 농업은 대규모 관개시설에 의존했으며

따라서 중안 집권적 관료체제가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상세한 고고학적 연구를 통하여 정교한 관개시설은

중앙집권체제와 병행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차를 두고 전해졌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즉, 정치적 중앙집권화는 다른 요인에 의해 생겨났고 그로 인해 관개시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인들이 다른 민족들을 정복하거나 지배할 수 있었던 요인은 유럽의 총기, 전염병, 철기 따위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인 설명이고, 대륙별로 불평등하게 생겨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좋은 사례는 뉴질랜드 북섬에서 온 마오리족에게 정복당한 채텀제도의 모리오리족의 예이다.

즉, 좋은 무기를 가진 다수가 나쁜 무기를 가진 소수를 정복하는 현상을 통하여

어떻게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텀제도에는 한랭한 기후 때문에 뉴질랜드처럼 농경을 하기 어려워 다시 수렵 채집민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재분배나 저장을 할만한 여유가 없었고 군대나 관료, 추장 등을 유지하며 먹여 살릴 수 없었다.

그와는 달리 뉴질랜드의 북섬은 따듯했고 농업을 하기에 적당한 환경이었다.

 

따라서 인구밀도도 높아져 이웃집단과 만성적 전쟁을 벌였다.

그래서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은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왔지만 판이하게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들이 떨어져 있었던 기간은 500년 정도이지만,

마오리족이 처한 환경이 경제, 기술, 정치 조직, 전쟁 기술 등에서 앞서

모리오리족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우리의 지정학적 주변 환경은

대륙과 대양의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끊임없는 위협과 위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영화 ‘국제 시장’의 이야기가 먹고 살기 위해 빠르게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어 냈던

부모님 세대의 지난하고 고단한 삶의 역사였다면,

최소한 먹고 사는 걱정이 그 때보다 줄어든 지금, 우리는 그래도 좀 더 행복해진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이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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