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칼럼

행복편지 열둘: 쉼, 아다지오

2014-05-16 | 72

 

한 해 동안 고단한 삶을 열심히 살아온 모든 분들에게

해가 뉘엿뉘엿 기울더니 순간 어둠으로 물드는 12월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12월을 ‘한 해의 저녁’, ‘한 해의 끝자락’이란 의미로 세모(歲暮)라고 부르나 봅니다.

뒤센미소 이야기로 시작한 행복현지가 어느덧 12통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약속처럼 올레길을 걷듯이 천천히 음악과 그림이야기를 들려드렸는지 되돌아봅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이 달 오디세이의 테마는 ‘느리게 더 느리게’입니다.

 

 

<쉼>
 

먼저 올 일년동안 제가 만난 수 많은 그림들 중에서 제 호흡을 멎게 하고

눈 깜박임도 그쳤다가 한참 뒤에야 숨을 내쉬게 만든 그림 한 점을 소개할게요.

제가 선정한 ‘올해의 그림’입니다. 제목은 <천국의 숨결>입니다.

 



                      <Breath of Heaven>
 

따뜻한 감성과 내면세계의 숭고함이 자연과 완벽하게 하나되어 있는 순간을 포착한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궁금하시지 않나요?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다>
 

Mary Jane Q.Cross는 1951년 미국 뉴 헴프셔에서 태어났습니다.

8살 때부터 화가가 되는 확고한 꿈을 간직한 그녀는 본인의 희망과 주위의 기대대로

엘리트 코스의 미술교육을 마스터하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중견화가의 탄탄한 입지를 쌓게 됩니다.
 

그러나 1992년, 그녀 나이 41살 때 화가에게 치명적인 병마가 그녀에게 닥칩니다.

바로 심한 수전증을 앓게 되면서 손떨림 때문에 더 이상 붓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당시를 그녀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나의 세계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서 신에게 간곡하게 기도했습니다. ‘

제발 그리고 싶은 나의 욕구를 거둬가 주세요!.' '그러나 신은 제게 아무런 답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계속 묻고 또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그녀가 찾은 대안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기였습니다.

5년 반 동안 각고의 노력과 쉼 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 우리의 시선과 호흡을 멈추게 하는 이 그림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메리제인 사진>

 

처음에는 모네 스타일의 풍경화를 그리다가 존경과 고결함이 베어있는 로맨틱한

여성인물화로 장르를 바꿔갑니다. 그녀의 그림 모델로 등장하는 그녀의 딸들은 한결같이

긍정에너지로 가득차 있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좋은 기분과 정화된 느낌을 맛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녀의 그림들이 좋아졌습니다.

게다가 ‘화가의 시, 기도의 그림’이라는 책까지 펴내 좌절 앞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시인이기도 한 ‘메리 제인’.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다음은 이 그림과 딱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보았습니다.

 

 

 

<아다지오>
 

andate 보다 조금 더 느린 adagio는 이태리어 ad와 agio의 결합으로

‘at ease’의 의미입니다. 먼저 음악을 들어보실래요.

 

음악: 클라리넷 협주곡

 


여러분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입니다.

특이하게도 협주곡이지만 독주자가 화려한 기량을 뽐내지도 않을뿐더러 ‘카텐차’ 부분도 없습니다.

절제되고 세련되게 표현된 쓸쓸한 감성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클라리넷의 음색에 실려

담담하게 끝없이 이어집니다.

지금 들으시는 2악장의 담담한 느림은 따스함과 어울려져 모차르트가 죽음을 예감한 듯한

인생의 달관이 베어있어서 제게 좀 더 천천히 천천히 살라고 이야기 하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2악장 아다지오는 ‘제 마음의 클래식 1번’입니다. 음악을 들으시면서 모차르트 이야기에도 귀를 귀울여 보실래요?

 

 

 

<은혜를 갚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임종을 맞기 2달 전인 1791년 10월초 생의 끝자락에 쓰여진

마지막 걸작입니다.(미완성인 레퀴엠을 제외하고)
 

만년의 모차르트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었으며 아내는 병들고 가계는 늘 쪼들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내와 아이들은 요양차 온천으로 보내졌고 빈에 혼자 남아 쇠약해져가는 몸을

혹사해가며 오페라 ‘마술피리’를 완성합니다.

이 고단한 시기에 그에게 물심양면으로 손을 내민 벗이 있었으니 빈 궁정악단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쉬타들러(Anton Sandler)입니다.

본인은 물론 기부금을 모금하여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정신적인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이 후원자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모차르트는 2곡의 클라리넷곡을 그에게 헌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역경과 따사로움 속에 탄생한 <클라리넷 협주곡> <클라리넷 5중주>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를 시드니 폴락 감독은 1985년 작품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절묘하게 활용했습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눈을 감고 들으면 아프리카 케냐의 평원이 떠오르고 위에서 소개한 메리 제인의 그림이

겹쳐져서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여러분도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셨나요?

너무나도 부족한 글 솜씨여서 매달 매달 전해드리기에 부끄러운 편지였지만

끝까지 따스한 눈길과 마음으로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송년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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