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칼럼

행복편지 둘: 설레임, Anna 이야기

2014-05-16 | 93

 

설레다마음이 들떠서 가라앉지 않다.

 

마음까지 근사하신 Lily님에게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평생 설렘으로 간직할 소중한 선물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은 설렘을 잘 표현한 밝은 노래 한 곡과,

저에게 설렘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준 멋진 화가 한 분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겠습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과 화가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똑같이  Anna 입니다.

 

 

 

<안나 게르만 이야기>




 

안나 게르만 (Anna German)은 1936년, 우즈베키스탄 북서부 우르겐치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나가 태어난 이듬해 아버지는 스탈린 시대의 광기에 휩쓸려 스파이 혐의로 사형을 당하고

어린 안나는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인 폴란드로 강제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

평범한 학생으로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우연한 기회에 노래하는 무대에 처음 서게 됩니다.

맑고 부드러운 감성과 풍부한 성량에 감탄한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식 수의 길을 가도록 권유하자, 수줍고 내성적인 안나였지만 용기를 내어

국제가요 콩클인  폴란드 송  페스티발’  에 참가하여 대상을 수상하고 이어  ‘산 레모 가요제’   에서는

결승에 올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됩니다.

몇 년의 활동만에 ‘러시아 로망스의 여왕’이라는 왕관까지 쓰게 된 안나에게도

어김없이 짙은 어두움이 찾아왔습니다.
 

빛이 강하면 어두움도 더 클까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안나는 3년동안 병상에 누워

오로지 무대에 다시 올라 노래 부르는 것만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다행이 재기에 성공하여 ‘러시아 로망스의 여왕’의 왕관을 되찾으려는 순간,

이번에는 암이 그녀를 무대에서 끌어내리게 됩니다.

1980년 호주 공연을 마지막으로 2년의 투병 끝에 46살의 아까운 나이로 바르샤바에서 세상과 이별을 합니다.

 

 

 

<봄의 탱고>
 

푸른 봄 바다와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는 풀밭 위를 건너 방금 도착한 기쁜 편지처럼

듣는 이를 설레게 하는 Anna의 바르듸 음악을 들어보실래요?

노래 제목은  ‘봄의 탱고’ 입니다.


바르듸 음악  은 자신이 만든 곡을 통기타 반주로 일상의 삶을 노래하는

러시아 특유의 음악 장르입니다. 쉽게 우리나라 통기타 가수를 연상하시면 되겠네요.

 

어떠세요,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가벼워지시나요?

길고 어둡고 추운 겨울의 터널을 막 벗어나 손 꼽아 기다리던 봄의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는

러시아인들의 감성과 우리네 감성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가사의 의미는 정확히 몰라도 양말을 벗으시고 발끝으로 가볍게 걸으시면서 콧노래로 따라 불러보시면

마음 속의 얼음이 봄 햇살에게 자리를 양보하리라 믿습니다.

이제 또다른  Anna 를 만나보실까요…

 

 

<그랜마 모제스 이야기>
 

우리에게  그랜마 모제스 (Grandma Moses)로 널리 알려진 이 분의 본명은  Anna Mary Robertson 입니다.

 

<<태어나서 72세까지>>
 

안나는 미국 뉴욕주의 작은 마을 그리니치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1860년에 태어났습니다.

형제가 10명이나 되어 먹는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어릴 때 부터 인근 농장의 가정부로 일해야 했기에

정규교육은 단 한 차례도 받을 수 없었답니다. 27살에 토머스 모제스에게 시집을 가서

일생의 전부를 농장과 집만을 오가며 삽니다. 농사만으로는 1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틈틈이 잼과 과자와 버터를 만들어 읍내에 팔고 또 시간을 쪼개서 뜨개질과 퀼트에 수놓기를 하여

궁색한 살림을 메꿔 나갑니다. 그 중에서 수를 놓는 일이 점차 취미로 발전하게 되고

더 나아가 스스로 다양한 형태와 재료 사용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즐기는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72세, 그림을 시작하다>>
 

그토록 혹사시켰던 안나의 두 손이 이제 그만 쉬게 해달라고 하소연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점점 심해진 관절염이 더 이상 정교한 바늘 작업을 할 수 없게 만든 겁니다.

안나가 그림으로 눈을 돌리게 된 동기는 참으로 소박하면서도 유쾌합니다. 안나의 이야기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염이 심해져 손이 고통스럽고 감각도 무뎌졌어요,.

그래서 손이 덜 고통스러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림은 그래도 견딜만 했거든요」
 


다른 이들은 인생을 돌아보거나 정리할 시점에서 또 다른 설렘을 품고 덜 고통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붓을 잡은 안나가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1960년. 100세>


<<72~78세, 추억을 그리다>>
 

가르쳐 줄 선생님은 고사하고 화집 한 권도 접해보지 못한 안나가 선택한 공부 방법은

잡지에 나와있는 그림이나 사진들을 따라서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녀의 첫 작품도 그림엽서를 모사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자신이 직접보고 경험한 것을 자신만이 터득한 기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자신의 삶의 풍경을 화폭에 채워나가게 됩니다.

안나는 자기 그림의 주제를 ‘그리운 옛날’이라고 멋지게 이름 붙였습니다.

 

 

<<78~101세, 그랜마 모제스가 되다>>
 

안나가 78세가 되던 해, 자신의 단골가게인 읍내 상점의 주인에게

이 ‘그리운 옛날’ 그림 한 점을 선물했는데 우연히 이 상점에 들른 미술품 콜렉터의 눈에 띄어

이듬해 뉴욕 맨하튼의 한 화랑에서 ‘그리운 옛날’ 그림들의 첫 전시회가 열리게 됩니다.

미국처럼 스타 만들기를 잘하는 나라에서 이런 멋진 스토리의 주인공을 가만둘 리가 없겠지요.

하루아침에 안나에게는 ‘Grandma Moses’  라는 애칭이 부여되고

온갖 매스컴의 각광을 받는 신데렐라로 변신하게 됩니다.

10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시는 그 날을 ‘그랜마 모제스의 날’로 선포하고

라이프지는 표지모델로 실어 그녀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해인 1961년 101세에도 그녀는 25점의 작품을 그린 후 영원한 잠을 자게 됩니다.

무려 1600점이 넘는 ‘그리운 옛날’을 남겨 놓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960년 100세 때 그림

지민이 엄마가 ‘그랜마 모제스’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기 전에 이 그림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현대화가들의 그림집에서 이 그림을 보고는 또 무지함을 드러냈습니다.

 

‘뭐야, 왜 어린 아이 그림이 여기에 들어있지?’


그러고는 휙 넘겨 버렸습니다.(미안합니다, 모제스 할머니)
 

뭐든지 알고 보면 새롭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래서 그림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애들아, 자는거니? 너무 설레서 잠이 안오니?
침대에 넷, 바닥 요람에 갓난 아이.
창 밖은 달님과 별들이 가득한데 방안은 온통 노랑으로 불 밝혀 놓았구나.
산타 할아버지가 행여 못 찾아 오실까봐

나뭇가지, 빨강양말 주렁주렁 걸어놓고
아이들은 꿈속에서 웃고 있습니다.
‘무슨 선물을 가져다 주실까.’
아이들은 꿈에서도 설렙니다.

 

 

 

<나의 설렘, 우리의 설렘>
 

72세에 그나마 덜 힘들다는 이유로 새로운 삶을 선택하여 30년 내내 설렘으로

그림을 그린 모제스 할머니는 자서전에서 손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남겨 주셨습니다.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


릴리님께 설레는 순간이 언제냐고 여쭤봤으니 저도 답을 해야겠지요.

제 답은 ‘바로 이 순간’입니다.

릴리님 평생의 꿈이 꼭꼭 이루어지셔서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늘 응원하겠습니다.

우리도 101살, 아니 102살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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