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편지 일곱 : 아, 시원하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배우는 L에게.
숲 속 녹음이 짙어져 검은 빛을 더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장마의 눅눅함과
폭염의 끈적거림에 몸은 투덜거리고 반년동안 계속된 밥벌이의 지겨움에 답답해진 마음은
시원함에 대한 갈증을 하소연하기 시작합니다.
많이 힘드셨죠? 삶과 사랑과 배움을 동시에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시원한 바다를 선물로 드립니다.
시원하다 : 몸과 마음이 후련하고 가뿐하며 기분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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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벗어나라>
인간의 오감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손을 벌려 자연 속으로 회귀하는 순간 활짝 열립니다.
이 열린 감각들이 통합되면서 형성되는 신선한 자극들이 뇌속에 새로운 회로를 생성시키는데,
바로 이 순간 해방감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거지요. 게다가 적당한 햇빛, 자연의 리드미컬한 소리,
살랑거리는 바람, 수평선에 맞닿은 바다와 하늘, 은하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대뇌 변연계의 편도체가 자극되어 쾌적물질이라고 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활력을 재충전하게 됩니다.
또한 일상의 평범을 넘어선 여행과 모험, 일탈의 행동이 더 추가된다면 카타르시스가 일어나
마음이 후련해지기까지 합니다.
쿵따리샤바라’가 딱 맞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시원시원한 노래를 들으시면서 속이 후련한 그림을 찾아 오딧세이를 계속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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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M송, 후니쿠니 후니쿨라 이야기>
1880년 9월 이태리 나폴리항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베스비오 화산을 가로지르는,
케이블로 움직이는 등산용 산악열차가 개통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소한 이 ‘후니콜라레(Funicolare:산악열차)’를 위험하다고 여겨 탑승을 꺼려합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철도회사는 나폴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호소하는 전략을 세우고는
당시 유명한 작곡가인 ‘루이찌 덴차’에게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빠르고 신나는 리듬과 로맨택한 가사를 더해
탄생한 ‘후니쿠니 후니쿨라’는 나폴리 음악축제인 ‘피에디 그로타 가요제’ 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산악열차의 탑승객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CM송은 이렇게 태어나서 세월과 함께 널리 퍼지고 퍼져 클래식이 된거지요.
이 노래를 가장 시원시원하게 부를 수 있는 딱 한 사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들어보시면
속이 후련해지는 산울림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가사도 애둘러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어서 감미롭기까지 합니다.
노래에 되풀이되어 등장하는 ‘yamma’는 나폴리방언으로 ‘let’s go’의 의미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