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칼럼

감성편지 일곱 : 아, 시원하다!

2014-05-16 | 76

 

감성편지 일곱 : 아, 시원하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배우는 L에게.

 

숲 속 녹음이 짙어져 검은 빛을 더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장마의 눅눅함과

폭염의 끈적거림에 몸은 투덜거리고 반년동안 계속된 밥벌이의 지겨움에 답답해진 마음은

시원함에 대한 갈증을 하소연하기 시작합니다.

많이 힘드셨죠? 삶과 사랑과 배움을 동시에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시원한 바다를 선물로 드립니다.

 


 

 

 

시원하다 : 몸과 마음이 후련하고 가뿐하며 기분이 상쾌하다.

 

 

< 떠나라, 벗어나라>

 

인간의 오감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손을 벌려 자연 속으로 회귀하는 순간 활짝 열립니다.

이 열린 감각들이 통합되면서 형성되는 신선한 자극들이 뇌속에 새로운 회로를 생성시키는데,

바로 이 순간 해방감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거지요. 게다가 적당한 햇빛, 자연의 리드미컬한 소리,

살랑거리는 바람, 수평선에 맞닿은 바다와 하늘, 은하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대뇌 변연계의 편도체가 자극되어 쾌적물질이라고 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활력을 재충전하게 됩니다.

또한 일상의 평범을 넘어선 여행과 모험, 일탈의 행동이 더 추가된다면 카타르시스가 일어나

마음이 후련해지기까지 합니다.

쿵따리샤바라’가 딱 맞는 노래입니다.

 

오늘은 시원시원한 노래를 들으시면서 속이 후련한 그림을 찾아 오딧세이를 계속할까요?

 

 

< 최초의 CM송, 후니쿠니 후니쿨라 이야기>

 


 

 

1880년 9월 이태리 나폴리항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베스비오 화산을 가로지르는,

케이블로 움직이는 등산용 산악열차가 개통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소한 이 ‘후니콜라레(Funicolare:산악열차)’를 위험하다고 여겨 탑승을 꺼려합니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철도회사는 나폴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호소하는 전략을 세우고는

당시 유명한 작곡가인 ‘루이찌 덴차’에게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빠르고 신나는 리듬과 로맨택한 가사를 더해

탄생한 ‘후니쿠니 후니쿨라’는 나폴리 음악축제인 ‘피에디 그로타 가요제’ 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산악열차의 탑승객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CM송은 이렇게 태어나서 세월과 함께 널리 퍼지고 퍼져 클래식이 된거지요.

 


 

이 노래를 가장 시원시원하게 부를 수 있는 딱 한 사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들어보시면

속이 후련해지는 산울림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가사도 애둘러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어서 감미롭기까지 합니다.

노래에 되풀이되어 등장하는 ‘yamma’는 나폴리방언으로 ‘let’s go’의 의미이더군요.

 

 

 

어느날 밤, 나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어느 산인지는 잘 아실거에요

그 곳에서는 그대의 무정한 마음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답니다

산은 불을 뿜고 타오르고 있지만

그대 곁으로 달려가 그대를 불태우지는 않을거에요

그냥 바라보기만 할거에요

함께 가요, 함께 가요 저 산꼭대기로

산악열차로 올라가요

 

산꼭대기까지 금방이면 다다를거에요

거기서는 당신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요

정말 금방 꼭대기에 올라 왔어요

그대에게서 멀리 떠나기 위해 왔건만

나의 머리는 왜 이리 멍멍해질까요

언제나 난 당신 주위를 서성이면서

내 마음은 늘 이렇게 노래합니다

‘결혼해 주세요’

함께 가요, 함께 가요 저 산 꼭대기로

산악열차로 올라가요

 

 

속이 좀 후련해지셨나요?

이제 대책없이 시원한 그림을 보실까요?

 

< 이렇게 넓다니!>


 

일리야 레핀 (Ilya Repin, 1844~1930)

 

러시아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로,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인의 국보로 대접받는 ‘일리야 레핀’은

가난한 하급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19살때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학교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합니다.

1871년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딴 상금으로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공부를 더 한 뒤,

귀국해서는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지요.

특히 인물의 세밀한 표정묘사와 찰나의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낸 <볼가강의 배 끌기>

그를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결정적인 작품이 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레 미제라블’의 첫 장면이 오버랩되곤 합니다.

그가 러시아의 혁명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1903년에 그린 <이렇게 넓다니>를 보실까요?

 


 

 

이 그림의 제목을 <자유>라고 붙여놓은 그림책도 있다시피

한마디로 ‘대책없는 자유로움’이 넘치는 그림입니다.

폭풍으로 일렁이는 바닷속에 파란 옷으로 단정하게 잘 차려입은 남녀가 뛰어들어 즐거워하고 있네요.

꼭 잡은 연인의 손이 유독 시선을 끕니다.

L님도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 비에 조금 젖을 때는 옷에 신경이 쓰이다가도 차라리 흠뻑 젖어 포기해버리면

오히려 시원하고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의 경험…

남녀의 사연이야 묻지 않아도 겹겹이 껴입은 옷차림과 이들을 덮칠듯이

넘실대는 파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군요.

남자의 한 손은 쫙 펴져 있지만 아직 여인의 한 손은 망설이는 듯 바람에 날리는 모자를 잡고 있네요.

참, 가방은 또 어떻게 하지요? 그래도 몇 초 뒤에는 손을 그대로 꼭 잡은채

바닷물에 풍덩 뒤로 넘어지면서 깔깔대며 비명을 지를테지요.

세상살이의 험한 파도가 우리를 숨막히게 할 때는 저 연인들처럼

거칠게 일탈에 몸을 맡겨두는 것도 ‘렛잇비’이겠지요.

 

터키에는 이런 격언이 있답니다.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마라』

 

 

< 별 헤는 밤>

 

베스킨라빈스31의 상속자 존 라빈스(John Robins)는 수십억 달러의 상속재산을 포기하는 대신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각종 유제품의 진상을 폭로하고 육류섭취의 폐해를 설파하는 환경운동과

건강 컨설턴트의 길을 선택한 좀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비결을 책에서 이렇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눈밭을 뒹굴고 빗속을 달려라

달빛 아래서 춤추고

맨발로 잔디를 밟아라

친구와 함께 별을 보자

해지는 석양을, 해뜨는 멋진 아침을 바라보자 』

 

올 여름, 어디로 떠나서 누구랑 밤하늘의 별을 헤어 보실건가요?

다녀오셔서 제게도 세로토닌 가득한 시원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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