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편지 여덟 : 들썩들썩, 신나다
2014-05-16 | 73
<캉캉 이야기>
1980년대 프랑스 파리 몽빠르나스 유흥가에 외설스런 춤사위가 등장하여
순식간에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게 됩니다.
마치 오리가 뒤뚱뒤뚱 걷다가 엉덩이를 불쑥 까보이는 드한 동작을 춤으로 표현한거지요
'오리'라는 뜻의 프랑스어 'canard'의 발음을 애교스럽게 흉내내어 'Can-Can'이라고 변형시켜
이 이상야릇하게 섹시한 춤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 명물인
'리도쇼'(Lidoshow) 공연장에서의 캉캉공연은 지상최대의 쇼라는 평판을 들을만큼 쇼크였답니다.
잠깐 들여다볼까요?
늘씬한 몸매에, 폭넓고 풍성한 검붉은 플레어스커트, 패티코트, 코르셋, 검정스타킹, 하이힐, 화려하나 머리장식을 한 수십명의 무희들이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무대로 뛰어나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2/4박자의 빠르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괴성을 지르며 무대에 등장한 무희들은
일사분란하게 플레어스커트를 흔들어 대며 관객의 환호를 유도합니다.
무희들은 모든 춤사위에는 스커트 속을 아슬아슬하게 엿보이게 하려는 은밀하고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빠른 템포로 음악이 고조 됩니다. 이때 절도있게 늘씬한 다리를 교대로 높이 쭉쭉 치켜들어
허벅지는 물론 속옷까지 보여주면 객석도 들썩거려 탄성이 터져 나오겠지요.
곧 이어 뒤로 돌아서 훌러덩 치마를 걷어올린 채 엉덩이를 흔들다가
마지막에 다리를 180도 벌리며 바닥에 착지함으로서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갤럽 이야기>
어떠세요? 음악도 정말 딱 어울리지요?캉캉댄스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데는 지금 들으시는 이 음악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원래부터 캉캉댄스를 위해 작곡된 음악이 아니라 독일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한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 )가 작곡한 오페레타
'저승의 오르페우스' 2막 2장에 나오는 '갤럽'(Galop )이라는 군무를 위한 음악입니다.
오펜바흐는 파리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경쾌하고 사치스런 오페레타를 연속해서 히트시켜
근대 뮤지컬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됩니다.
포스터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나지요?
아시다시피 '갤럽'(Galop)은 말이 전력질주할 때의 말발굽소리와 속도와 리듬을 춤으로 표현했으니
참으로 캉캉댄스와는 찰떡궁합이 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오페레타 '저승의 오르페우스' 중에서 갤럽>
다시 양탄자 구름을 타고 캉캉과 딱 어울리는 신나는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피레네 산맥 너머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브뇰(Bunol)입니다.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단 2시간만 열리는 'La Tomatina'의 시작은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해 토마토 값이 폭락하자 분노한 농민들이 팔지못한 토마토를 몽땅 차에 싣고 와서
시의원들에게 분풀이로 던졌답니다. 그런데 시의원들도 이에 지지 않고
날라오는 토마토를 농부들에게 다시 던지고... 토마토 눈싸움이 벌어진 셈이지요
이렇게 한참 지나자 서로 뒤엉키게 되면서 분노는 사라지고 통쾌한 세로토닌 파티를 경험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이 신나는 축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인구 5천명의 작은 마을 광장에는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4만명의 참가자들이 캉캉 무희들처럼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축포가 울리면 40톤의 토마토와 함께 딱 2시간, 마음껏 소리지르고 던지고 문지르고
달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범벅인 채 키스하는 자유를 만끽합니다.
자, 우리도 내려가서 신나게 뒹굴어야겠지요?
트럭위로 바로 내려갑니다.
아, 꼭 알아두세요 2시간이 지나면 다시 축포가 울릴겁니다.그 이후에 토마토를 던지시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딱 2시간!얼마나 절묘한 시간인가요.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 객석까지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뮤지컬과 콘서트에 딱 적당하나 시간.
토마토축제가 끝나는 축포가 울리면 즉각 건물벽에 붙여놓은 비닐들이 벗겨지고
소방차와 청소차들이 광장을 말끔하게 원래대로 돌려 놓으면 마법의 시간이 끝납니다.우리도 이제 왔던 하늘 길을 되짚어 돌아가야겠지요.돌아가는 길에는 우리를 신나게 하는 말에 대해 끝없이 수다를 떨어볼까요
<우리를 신나게 하는 무중력 이야기>
"
너니까..너가 있어서..너 말고는..너라면..너만..너가 없었더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무대에 세워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밝혀주고 박수를 쳐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잠깐동안 무중력상태로 만드는 기술을 의외로 간단합니다.
감사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