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off 하지 않기
2014-09-29 | 65
생각을 off 하지 않기
“여보, 우리 자동차 내비게이션 고장났어”
며칠 전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고장났다는 아내의 말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 주에 있을 장거리 출장이었습니다.
‘내비 없이 어떻게 가지?’
휴대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별도의 거치대가 필요해서 불편합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서 다니다 보니 이제는 내비 없이 운전한다는 것은,
더더욱 초행길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내 생각대로 운전하지 않고 내비가 시키는대로 운전하면서 결국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내비 뿐만 아니라,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들은
분명 우리에게 편의와 시간절약,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혜택을 가져가 줍니다.
정말 스마트한 생활을 누리게 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스마트 기기들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덜 스마트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계산기가 없으면 이제 복잡한 계산하기 힘들고, 세탁기 없이 빨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화번호를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은 가족을 포함해 10개를 넘지 못합니다.
가족의 전화번호도 가물가물해 결국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찾아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스마트기기는 효율성과 편리함, 여기에 덤으로 생각의 한가함까지 선물해주었습니다.
생각의 한가함이 지나쳐 생각의 게으름까지 가면서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상가인 니콜라스 카는 기술이 준 편리함이 결국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GPS 기기를 사용하는 이누이트 족이 늘어나면서
사냥 도중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고는 종종 위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GPS 수신기가 고장이 나거나 배터리가 얼어붙을 경우,
강력한 길 찾기 기술을 개발한 적이 없는 사냥꾼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황무지에게 쉽게 길을 일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
이누이트 족은 첨단 GPS 장비를 갖춘 설상차 덕분에 척박한 얼음의 땅, 툰드라에서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길을 찾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귀신 같은 지각능력과 길 찾기 능력은 점점 잃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편리함에 의존하는 상태로 살아가야 합니다.
속도와 효율성이 요구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우리는 스마트 기기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합니다.
편리함의 노예가 되지 않게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주인이 되어야 하나 쉽지 않습니다.
주인은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지나치게 의존하는 순간 우리는 주인의 자리에서 나그네의 자리로 이동하게 됩니다.
특히 반복적인 ‘정신노동’은 자동화시키더라도
숙고하는 ‘정신노동’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몫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삶에서, 나의 일에서 주인으로 상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기기 On 버튼을 켜면서
생각을 Off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