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014-05-21 | 75
유학 시절의 지도교수와 몇몇 제휴 컨설팅사 대표들로부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 메시지를 받으며 감사한 마음뿐 아니라 울화와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먼 나라에 사는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들의 불행을 보면서 몇 안 되는 한국 지인인 나를 떠올려
따스한 위로의 글을 보내주니 당연히 감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를 자처하며 기업, 정부기관 및 대학 등에서
20년 이상 동안 이 땅의 리더들에게 뛰어난 리더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된다고
강의를 하며 글을 쓰며 지내왔는데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인 선장이 보인 행동을 보며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한 회의와 자괴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또한 세계 도처에서 이뤄지는 리더십에 대한 연구와 강의 때마다 그 선장의 예를 들면서
리더의 역할과 행동에 대한 타이태닉호에 대비되는 나쁜 리더십 강의 소재로 한국인 선장이
앞으로 수백만번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니 참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 다음 달 초에 미국의 유명 리더십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돼 있는데
거기 온 사람들이 한국의 리더들은 다 그런 후진적 행동을 하는 줄 알고 있다면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를 생각하니 스스로가 민망하고 울화가 치민다.
리더십 구루인 워런 베니스 교수는 일찍이
"리더의 역할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고 관리자의 역할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물론 이번 사태 속에도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희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의 그 순간 가장 중요 리더인 선장이 자기만 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행동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니 그 리더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그가 만약 현상에 대해 승객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승객들이 일시에 움직이면
도리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니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갑판 위로 대피해 달라고 방송을 하고
협조를 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다른 대형 사고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필시 누군가 승객들 중에서 "질서, 질서"를 선창하며
한국인의 저력인 위기 돌파를 위한 시민의식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 결과 어쩌면 희생자 한 명 없이 탑승자 전원이 구조됐다는 진도의 기적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우수한 리더십 성공사례로도 남길 수 있었을 터인데
그런 기회는커녕 수백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게 한 원인이 바로 선장의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분한 생각과 한 명의 리더로서 크든 적든 책임을 통감한다.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는 스페인 내란의 와중에
젊은 대학교수 출신의 로버트 조던이 마지막에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다하며
동시에 사랑하는 연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애쓴다. 이 책은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못지않게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고 애쓰는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 때문에 명작으로 기억되고 읽혀진다.
정재창 PSI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