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장, 그리고 우수 인재
2014-10-14 | 82
신이 내린 직장, 그리고 우수 인재
몇 해 전 소위 회사의 인지도, 안정성, 연봉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신이 내린 직장'으로 알려진 A사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공인회계사, 변호사, 박사, 토익 만점자 등
우수 인재가 많이 응시하는 바람에 욕심이 생겨 당초 채용 예정 인원보다 50% 가까이 늘려서 뽑았다.
그러나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입사 후 1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두게 돼 채용 담당자들이 당혹해한 적이 있다.
소위 '신이 내린 직장'으로 알려진 다른 회사들도 흡사한 경우가 많다.
물론 입사자들의 경쟁력이 뛰어나 다른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기에
쉽게 회사를 그만둔다는 시장원리 탓도 있겠지만
그러한 우수 인재들이 정착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이 든다.
기계가 자본이 아니라 '재능 있는 인재'가 경쟁 우위 요소가 되고
한,두명의 창조적 인재가 몇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는
'회사의 비전달성을 돕고 성과를 높이는' 우수핵심인재 확보와 유지를 위해
창조성의 중요성을 조직에 인식시키고
창조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창조리더십이 요구된다.
창조 리더는 우수한 창조적 인재들을 회사에 머물게 하는 요소와 떠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들이 기대하는 가치(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제공을 하지 못하면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가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1년에 두 차례씩 미국 서북부의 산속 소박한 별장에 은둔해
MS의 장래를 결정할 전략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사색주간(Think week)을 갖는다.
이곳에서 그는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전 세계 직원들이 작성한 아이디어 보고서를 읽고 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관련자들에게 e메일로 알리고 지시하는 데 보낸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기업의 총수에게 전달된 직원들에게 '사색주간'은 흥분 속에 결과를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게이츠 회장은 '사색주간'의 집중적 연구를 통해
수백만명이 이용할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나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1년도 안돼 우수 신입사원의 절반 이상이 떠나는 우리의 '신이 내린 직장'이
과연 재미있고 도전적인 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 상사와의 관계, 훌륭한 리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성과중심의 조직문화와 가치, 경영진에 대한 신뢰, 수평적·유동적·탄력적인 조직,
개인적 공헌에 대한 인정과 보상, 업무선택의 자율성과 일에 대한 자율통제 등의,
핵심인재들일수록 기대하는 중요 가치(EVP) 가운데
어떤 가치를 제대로 인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짚어볼 일이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신이 내린 직장'의 리더들일수록 창조문화와는 거리가 먼 '양화들을 구축하는 악화'로서
깊은 좌절과 상처를 안은 채 회사를 떠나는 인재를 보며
'너무 시어서 먹지 못하는 포도'라고 자위하는 여우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들의 조직 역시
오늘 떠나는 인재들처럼 몇 년 후에는 시장에서 좌절과 상처 속에 쓸쓸히 퇴출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내가 오늘 무심코 버린 인재가
내일은 경쟁사의 스마트 탄(Smart Bomb)이 돼 우리를 겨누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