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칼럼

눈동자와 뇌를 조금 다른 각도로

2015-02-06 | 73

 

눈동자와 뇌를 조금 다른 각도로

 

‘딴~딴~딴~ 딴따다다단’

‘빨리 일어나. 알람 좀 꺼. 그리고 소리 좀 바꾸라고 했잖아. 난 이 소리 듣기 싫어’

 

아내는 아침마다 울리는 저의 휴대폰 알람 소리를 정말 싫어합니다.

저에게는 하루를 제대로 정확하게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소리인데 말이죠.

같은 소리이지만 아내와 저는 다르게 듣습니다. 입장이 다르니 듣는 귀 또한 다릅니다.

 

 

아래 정육면체를 잠시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A가 돌출된 것으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B가 돌출된 것으로 보이십니까?

 

 


 

 

 

A가 돌출된 면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또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B가 돌출된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스위스 수학자 루이스 네커(Louis Albert Necker)가 만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정육면체입니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린 게 아니라 둘 다 맞는 것입니다.

단지 다른 각도에서 특정 부분에 초점을 두고 보면 다르게 보일 뿐입니다.

 

 

같은 사물이라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보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기도 합니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뉴욕 독립미술가협회 첫 번째 전시전에 남성용 소변기를 작품으로 제출합니다.

뒤샹은 ‘리처드 머트(R. Mutt)’란 이름으로 변기에다가

물이 솟아나는 분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샘(Fountain)'이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마르셀 뒤샹, 샘, 1917

 

 

경직된 기존 예술에 도발적인 도전을 감행한 것이지요.

발칙하고 천박하다고 여긴 당시 보수적 협회 위원들은 전시는 커녕 소변기를 박살내버립니다.

 

 

원작은 사라졌지만 뒤샹의 서명이 새겨진 ‘샘’은 전세계에 열다섯 점이나 된다고 합니다.

뒤샹은 다르게 보기를 통해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을 뒤집었습니다.

새롭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새롭게 보는 관점이 작품이 된 것입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다른 입장에서 보면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관점의 변화만큼 생각의 크기가 커집니다.

 

네커의 정육면체로 돌아가 다른 가치를 보려면 눈동자를, 뇌를 조금 다른 각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 순간 +가 X로 거듭납니다.

 

 

 

 

솔루션가이드 신청하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교육문의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