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2015-03-31 | 74
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4월.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철쭉들이 시끄럽게 외칩니다.
차가운 껍질을 덮고 있던 대지가 변하고 있다고 노랗게, 하얗게, 그리고 붉게 외칩니다.
전국의 봄 산야를 변화시키는 다양한 외침들 중에서 단연 으뜸은 바로 진달래입니다.
진달래가 한참 연분홍 물감으로 전국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영어로 진달래는 어젤리어(azalea)이지요.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메마름을 뜻하는 아잘레오스(azalea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헐벗고 척박한 산성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잘 반영한 이름입니다.
차가운 흙 속의 역경을 딛고 어김없이 4월이면 부활하는 진달래는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합니다.
찹쌀반죽에 진달래꽃을 올려 부친 화전, 한방에서는 꽃을 영산홍(迎山紅)이라는 약재로 쓰며,
밥에 진달래만 얹은 꽃밥, 뿐만 아니라 진달래로 빚은 두견주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진달래는 정말 실생활에 쓰임새가 많은 ‘참꽃’입니다.
여기 사람들이 만든 아주 다른 큰 꽃이 있습니다.
사진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식물원 ‘가든즈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슈퍼트리’입니다.
슈퍼트리는 25~50미터 높이의 철골구조물에 열대 덩굴과 착생식물, 양치식물 등을
인공적으로 붙여 수직으로 자라게 만든 정원입니다.
이 슈퍼트리들은 정말 나무들처럼 식물원 온실에서 필요한 빗물을 모으고,
태양에너지를 생성하며 환기장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에는 낮에 모아두었던 태양열을 이용한 화려한 조명과 함께
슈퍼트리 전체가 또 다른 꽃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장관을 만들어내는 슈퍼트리도 아름답지만
이 철골구조물을, 작은 열대 식물들을, 흘러내리는 빗물을, 사라져버리는 태양열을
또 다른 생명으로 부활시킨 사람들의 생각이 더 환상적입니다.
모든 꽃들이 꽃씨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움을 참고 이겨내지 못하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없습니다.
봄 꽃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이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지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심 속에 인공정원을 보기 좋게 꾸밀 수는 있지만
도시가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정원 속의 도심’을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상상력입니다.
쉼 없이 봄을 만들어내는 꽃들을 응원합니다.
그 꽃이 진 자리에 열매로 부활해서 우리한테 또 다른 모습으로 올 것을 또한 믿습니다.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과
꽃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중략)
변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이 되는 것들을 위해.
우리가 숨쉬고 있다는 것과
이 땅에 살고 있음에 대해 건배.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