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칼럼

과거와 현재, 공존의 가치

2015-05-04 | 73

 

과거와 현재, 공존의 가치

 

 

며칠 동안 세상 만물들 잘 자라라고 격려의 봄비가 내렸습니다.
아내는 산성비니까 맞으면안 된다고 잊지 말고 꼭 우산을 챙기라고 합니다.
가뭄을 푸는 반가운 단비이지만 무서운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좋은 면이 있지만 또 나쁜 면도 있네요.
세상 일이 대부분 이렇게 양면을 가지고 있는가 봅니다.

 

저희 본가 주택 주변이 재개발된다고 합니다.
불편함이 많은 다세대주택에서 보다 깨끗하고 편리한 새 아파트로 옮기게 되니 잘된 일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25년 넘게 사시던 집이 재개발되는 것이 탐탁지 않습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그 대가로 잃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잃는 것들은 지금도 누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동안 애써 일구었던 다세대주택 옥상 텃밭이 없어집니다. 정을 나눈 이웃이 뿔뿔이 헤어집니다.
함께 했던 희노애락 그 추억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당신의 삶이 지워지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빠르게 부수고 너무 빠르게 바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옛것의 자리를 새것이 빼앗기만 합니다.
오래되고 낡은 것, 더 이상 쓰임새가 없어진 것들을 버리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과거 속에는 분명 버리고 갈 것도 있지만 버리지 말고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 있을텐데 말입니다.

 

여기 과거와 함께 동행하는 다른 개념의 리모델링들이 있습니다.

 


 

뉴욕의 첼시마켓은 오래된 버려진 과자공장(오레오쿠키)을 개조해 만든 전통시장입니다.
과거와 현재, 공장과 쇼핑센터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100년 넘은 붉은 벽돌과 허름한 파이프는 세월의 흔적을 더해 ‘앤틱’한 느낌을 주고,
공장에서 작업용이었던 엘리베이터가 지금은 승객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장 벽면에는 빵, 쌀, 야채, 과일, 초콜릿으로 만든 작품들이 걸려있습니다.
철 구조물이나 기차선로, 의자와 탁자들, 시장 전체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품입니다.
뉴욕시민의 상상력이 멋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서울 성수동에도 오래된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대림창고, 이 안에서는 최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지어진 이 창고는
녹슨 철문, 오래된 벽, 심지어 ‘대림창고’라는 기존 이름까지 모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2013년부터는 멋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패션쇼가 열리고,
새로운 자동차를 공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장지대 가운데 있는 낡은 녹슨 창고가
새로운 시각을 통해 색다른 용도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옛것의 화려한 리모델링입니다.

 




 

 

광진구 능동의 꿈마루는 추억이 담긴 어린이대공원의 관리사무소 건물을
당초 의도대로 단순 철거하지 않고 공존의 가치를 느끼게 리모델링한 사례입니다.

 



이곳은 원래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의 비 순명왕후 민씨의 능을 모신 공간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인 사업가들과 관리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어린이 대공원'으로 거듭난 곳이었습니다.
이제 어린이들의 꿈이 넘쳐나는 공간이라는 뜻의 ‘꿈마루’는
이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전시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오래된 것 안에 우리가 꿈꾸는 새것이 들어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공존의 가치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옛 것을 아끼고 또 그것으로 미래를 꿈꾸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지요.

 

 

>>도상오 교수 소개영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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