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로 살짝 빠져보기
2016-04-11 | 217
샛길로 살짝 빠져보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정체되었습니다.
지루함과 갑갑함을 달래려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무시하고 핸들을 꺾었습니다.
늘 다니던 큰 길에서 조그만 샛길로 들어간 순간, 우와~ 벚꽃 세상!
짜증과 피로는 어느 새 날아가고 생각지도 않았던 꽃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은 정말 한적 했습니다. 느리게 가도 뭐라는 사람도 없었고, 길가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꽃 길을 걸을 여유도 부려보았습니다. 평소보다 시간은 걸렸지만 더 즐거웠고, 익숙하지 않은 길이지만 덜 지루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어느 길로 가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쉽게 갈수 있는지 친절히 알려줍니다.
잠깐 실수해서 다른 길로 접어들라 치면 잽싸게 나타나 나를 구원해주는 수호천사입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경로를 재 탐색합니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똑똑한 네비는 내가 어느 샛길로 접어들지라도 언제나 검증되고 안전한 길을 안내합니다. 내 맘대로 새로운 길을 가지 못하도록 하지요.
정확한 방향인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다시 제대로 가라고 경고까지 합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는 길은 분명 성공이 검증된 안정된 길입니다. 실패도 없고 시간 낭비도 줄여주는 편안한 길입니다. 하지만 네비가 안내하는 길은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다른 사람이 입력해준 목적지를 쫓아가는 길입니다.
쫓아가는 길에서는 어쨌든 빨리 가야지만 앞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빨리 도착한 곳이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면?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해야 하는데… 불편한 샛길은 우리에게 속도와 안전함을 약속하지는 못합니다.
그 대신 낯선 가치를 발견하는 아찔한 새로운 경험을 줍니다.
샛길로 들어서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얻을 기회도 함께 잃습니다.
두부와 쫄면, 코카콜라, 포스트잇, 전자레인지, 타이어.
누군가가 실수로 샛길로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것들입니다.
불편함과 두려움을 감수했을 그 누군가가 정말 고맙습니다.
샛길로 가보는 것은 그동안의 익숙하고 편한 길에서 일탈해보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입니다.
전에는 가 보지 못한 곳을 가게 되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알았던 내용과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편견과 생각의 변화를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과 맞서야 얻을 수 있는 가치입니다.
최근 한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 익숙한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멋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무늘보. 위급할 때조차 1분에 4m 정도로 움직인다는 나무늘보.
그 나무늘보가 글쎄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 속도 위반한 카레이서로 나타납니다. 두려움을 극복한 멋진 일탈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진 삶의 대부분의 길에서 방향과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큰길로 안정되게 달려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위해서는 가끔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아찔한 일탈 감행이 필요합니다.
목적지에 빠르고 정확하게 도착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샛길에서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 받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낯선 길 앞에서 지레 겁먹고 쫄지 맙시다.
이 봄, 샛길로 살짝 빠져보는 재미를 느껴봅시다.